CASE No.003

먹의 침묵

사건 파일 · 2026-07-10

청계천 뒤편의 낡은 활판 보존실 한획사. 0to20 민간조사원 수첩의 한정판 활자 견본을 검수하던 서체 복원가 오세문이 무거운 조판 막대에 맞아 작업대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. 오세문은 평소 "글자는 읽기 전에 손이 지나간 길을 보라"고 말하던 사람이었다. 그가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던 교정지에는 이름표가 찢긴 세 칸의 먹자국만 남아 있었다. 폐점 뒤 보존실 안에 남았던 사람은 세 명. 모두 각자의 표본함을 열 이유와 시간을 갖고 있었다.

피해자

오세문 · 54세 · 피해자 · 서체 복원가

오래된 활자와 붓글씨 원형을 대조하며, 글자의 뜻보다 획이 끊긴 자리와 먹의 눌림을 먼저 보는 버릇이 있었다.

조판 막대에 맞아 쓰러진 뒤, 마지막 힘으로 세 칸짜리 교정지 위에 먹자국을 다시 눌러 남겼다. 현금과 완성 견본은 그대로였다.

단서 5

마지막 교정지

이름표가 찢긴 세 칸의 먹자국

오세문이 붙잡고 있던 교정지. 세 칸의 표본 이름표는 찢겨 없어졌고, 각 칸에는 검은 먹자국만 다시 눌러져 있다. 얼핏 보면 글자도 문양도 아니어서 그대로 읽을 수 없다.

한획사 교정 규칙

뜻보다 손자국을 먼저 보라는 오래된 규칙

작업대 위 규칙 카드. 표본 이름은 가린 뒤 먼저 보고, 한 번에 이어 찍힌 먹자국을 한 단위로 적으며, 붓이 종이를 떠나면 새 단위로 넘어간다는 규칙이 적혀 있다. 분말과 장갑은 공용품이라 단독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주의도 함께 있다.

익명 표본 대조표

코드와 세 칸의 단위열만 남은 표본표

오세문이 회의 전에 봉해 두려던 표본 대조표. 주인 이름은 빠져 있고, 코드와 세 칸의 단위열, 별칭만 남아 있다. 마지막 교정지의 먹자국을 같은 방식으로 해석해야 표본 코드 하나를 고를 수 있다.

공용 분말과 장갑

두 사람에게서 나온 같은 하얀 가루

아라비아검 가루와 종이 먼지는 서이현의 소매와 나정원의 장갑 양쪽에서 모두 발견됐다. 활판지를 말릴 때 누구나 쓰는 공용 재료라서, 하얀 가루만으로는 한 사람을 범인으로 특정할 수 없다.

폐점 뒤 보관함 기록

외부 침입 없음 · 여러 표본함이 열린 밤

스마트락 기록상 20:40부터 21:08까지 바깥문은 잠겨 있었고 내부 세 사람만 출입했다. 세 사람 모두 각자와 관련된 표본함을 열었으므로, 먼저 마지막 교정지가 어느 코드인지 해독해야 기록이 의미를 갖는다.

용의자 3

서이현 · 38세 · 지류 납품 브로커

고지류 납품과 복원 중개를 맡는 브로커. 표본함 A-13과 연결된 지류 납품 내역을 관리했다.

권무열 · 32세 · 견습 서체 디자이너

한획사의 견습 서체 디자이너. 표본함 C-34의 활자 원형을 밤새 보정하던 담당자였다.

나정원 · 45세 · 전시 프로듀서

전시 기획자. 표본함 E-62의 전시 시안과 0to20 민간조사원 수첩 전시 계약을 맡고 있었다.

정황

세 사람 모두 동기와 접근 기회가 있다. 외부 침입은 없고, 하얀 분말과 장갑은 둘 이상의 사람에게서 나온 공용 흔적이다. 마지막 교정지의 세 칸, 교정 규칙, 익명 대조표, 보관함 기록을 순서대로 연결해야만 진범이 하나로 좁혀진다.

이 사건 풀어보기